재즈와 혁신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인 “최소의 구조와 최대의 자율성minimum structure and maximum autonomy’을 분석하며 “자율경영”의 이론과 사례를 제시하고 최대의 자율성이 주는 의미를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구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의 말처럼 즉흥연주는 무nothing에서가 아닌 무엇인가something에 기반하지 않으면 안된다. 뛰어난 즉흥연주도 악보, 모티브에 기초하여 꾸미고 다듬어져야 하고, 나름의 규칙이나 질서를 필요로 한다. 최대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구조는 기술적 구조technical structure와 사회적 구조social structure의 범주에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술적 구조는 코드나 코드진행, 조(key), 코러스의 사용과 같은 음악적 문법과 더불어 앙상블을 만들어 내는 악기편성, 연주자의 재능이나 스킬 등을 일컫는다. 재즈클럽에 갔을 때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을 듣게 되는 경우, 연주 앞부분에서 모든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고 이어서 솔로연주가 펼쳐지며 마지막으로 앞부분과 같이 모든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곡이 연주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이런 방식을 연주자들은 미리 약속하고 무대에 오른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보면 누군가 의외의 코드를 제시하였을 때 이에 대응하는 연주자들의 코드진행 방식에 대한 암묵적 합의 같은 것도 모두 기술적 구조에 포함된다. 반면에 최대의 자율성을 이끌어 내는 사회적 구조는 행동규범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한 합의를 포함한다. 밴드 멤버들은 어떤 곡을 연주할지, 솔로연주는 어떻게 시작하고 끝날지, Call-and-Response 교환은 어떤 방식으로 할지, 연주 도중 템포의 변화를 위해 수신호, 아이컨택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낸다. 이러한 기술적, 사회적 구조로서 갖는 기본적 가이드라인을 존중하고 지킬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없다면 연주는 그야 말로 혼돈의 상태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재즈에서 기술적, 사회적 구조는 매우 함축적이고 암묵적이다. 연주자들이 이들의 중요성에 대하여 모두 존중하지만 어디에도 결코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시각예술에서 미니멀리즘의 목표가 단순함과 생략에 있지 않고 대상에 대한 해석의 무한한 확장성을 염두에 두듯, 재즈 또한 구조의 단순함은 연주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한다. 그들 앞에 펼쳐진 무한한 공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채워넣는 기쁨이야말로 재즈연주자들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연주자들의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훌륭한 즉흥연주로 이어지기 위해서 연주자의 ‘농익인 시간의 축적’과 ‘훈련된 상상력’을 필요로 함은 물론이다.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연주자는 연주에 초대받지 못할 것이고 결국 스스로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재즈는 아는 만큼 연주하고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다.

  재즈에서 최소한의 기술적, 사회적 구조에 대한 합의가 훌륭한 즉흥연주를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는 기업경영의 관점에서도 확장 가능하다. 재즈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규칙’은 기술적 구조의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전결규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급에 따라 수십 페이지에 해당하는 직무설명서, 역량해설서, 행동강령을 마련한 기업들이 아무리 그 이유와 논거를 자세히 제시한다 하더라도 결국 직원들의 자율성을 통제하고 관료주의를 강화하겠다는 것 외에 설명이 안된다. 자기주도적 업무 태도를 고양시키겠다는 의도를 갖는다면 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이 가치있다고 인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허브 켈러허는 자신의 유일한 규칙은 될 수 있는 대로 규칙을 적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직원들이 직무 수칙대로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도록 업무 규칙을 단순화시켰다. 승무원과 조종사조차 기내를 정돈하고, 티켓담당자도 성수기 때에는 직접 수하물을 나른다. 일의 초점은 해결방법에 있는 것이지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규칙’을 이야기할 때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사례를 빼 놓을 수 없다.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유일한 서비스 규칙은 직원들의 창의적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하여, 서비스 경영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놀라운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조직의 크기는 기술적 구조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는 중요 요인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유연성과 자율성의 효과는 반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 나오는 많은 아티클 중에 “No Bigger Than Jazz Band” 혹은 “피자 두판의 규칙two pizza rule”이란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혁신을 촉진하는 팀 규모를 재즈밴드의 숫자보다 많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말이다. 피자 두판을 시켰을 때 피자가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조직의 크기는 중요한 것인가, 크다면 어느 정도가 큰 것이고 적당한 크기란 과연 어떤 크기인가?

  1996년 미 와이어드Weird 편집장 케빈 켈리Kevin Kelly,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와의 인터뷰에서 드러커는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경영모델로서 재즈밴드를 제시하면서 적절한 조직의 크기에 대하여도 언급 하였다.

훌륭한 재즈밴드를 원한다면 그 크기는 얼마나 하면 좋을까요? 트럼펫 연주자가 자신의 솔로연주를 펼칠 때 모든 연주자가 자신만의 연주를 멈추고 트럼펫을 위한 서포팅 연주를 시작할 때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려면 조직의 크기는 얼마나 커야 하나요?. 7명에서 9명이라고 봅니다. 최대한 말이죠. 더 많다면 줄여야 합니다. 오늘날 많은 대기업들이 다양한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멋진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누구도 진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