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관리 컨설턴트로 유명한 윌리엄 브릿지(William Bridges)는 그의 글(Leading Transition: A New Model for Change, What’s Missing from Most Change Efforts)에서 과거와의 결별(The Ending), 중립지대(The Neutral Zone), 새로운 시작(The New Beginning)으로 명명한 3단계 변화관리 프로세스 모델을 제시하며 조직계층에 따라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가 다른 점을 마라톤효과(The Marathon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존 코터의 변화관리 8단계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초점을 두는 반면, 윌리엄브릿지 모델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사람에 초점을 두고 변화관리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있다. 변화관리 성공요인 및 장애요인을 분석한 많은 연구조사의 결론이 Hard factors 보다는 Soft Factors가 더 중요하다는 것임을 상기한다면 관심갖고 읽어 볼만한 글이다. 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2단계 중립지대의 의미를 구약 성경에 묘사된 ‘광야에서의 40년’과 결부시킨 것이다. 몇 줄의 짧은 언급임에도 흥미로웠고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1단계: 과거와의 결별

  구약 출애굽기를 보면 이집트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모세가 내린 재앙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게 된다. 핍박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게시를 받은 모세는 이집트 왕에게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광야에서 그들의 신을 위한 제사를 위해 사흘간의 휴가를 계속하여 요청하였으나 이집트 왕은 이를 받아들이기는 커녕 더 가혹한 학대를 하였다. 모세는 이집트의 모든 것들이 붕괴될때까지 재앙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와 함께 이집트를 떠나게 되었다.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가는 변화의 대장정은 많은 것들을 버리고 잃게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모세가 내린 10가지 재앙은 400여년 삶의 터전을 버리는 것은 물론 선과 악, 옳은 것과 그른 것, 지혜, 순종 등 이스라엘 백성들이 갖고 있던 가치관 마저도 송두리째 버리게 하여 하나님을 향한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게 하였다. 군대가 추격해오자 하나님께 기도하여 홍해의 물을 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무사히 건너게 하고, 이집트 병사들을 물속에 잠겨 죽음을 당하게 한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는, 즉 과거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변화의 시작은 늘 과거와의 결별을 요구한다.

  조직은 과거의 성공에 의존하려 하고 과거로부터 학습된 결과만을 믿고, 반복되는 일상에 안주하는 속성을 갖는다. 어떻게든 기존의 사업을 고수하려 하고, 어렵게 얻은 시장 장악력을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조직이 성공하면, 성공은 항상 그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행동을 진부한 것으로 만드는 습성이 있다. 성공으로 이끌었던 당시의 가정들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옳은 것보다는 편리한 것을 추구하며 성공으로 이끌었던 질문을 다시 끄집어 내는 것을 싫어 한다. 드러커의 비유처럼 “잘 달리는 자전거를 뒤에서 흔드는 격”으로 생각하고 질문하기를 멈춘다. 해답은 기억하지만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를 잊어버리고 만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수록 과거에 안주하려는 조직의 성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조직의 리더들은 ‘익숙한 것’으로 부터 벗어나지 않으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이런 유혹은 리더로 하여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방어 기제를 갖게 하고, 결국 새로운 관점에서 현상을 인식하려는 노력에 장애를 만들어낸다. 혁신은 자기부정을 전제로 한다. 외부의 압력에 의한 피동적인 변화가 아닌 진정한 자기혁신을 이루려면 ‘현재에 머무르지 않기 위한 자기부정의 매커니즘’을 갖추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늘 과거의 나, 오늘의 나와 결별할 준비를 요구한다. 역설적이지만 창조의 작업은 버리는 작업이다. 취하는 것과 버리는 것은 다른 이름의 같은 행위이다. 1루에서 발을 떼지 않고는 결코 2루에 갈 수 없는 법이다.

2단계: 중립지대

  야곱의 후손 이스라엘 백성들은 430년간 노예생활을 하다가 모세의 인도로 자유를 찾아 이집트를 탈출하게 된다. 노예의 삶을 벗어나 자유인의 삶을 찾아 떠났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이 곧바로 자유의 땅 가나안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걸어서 한달이면 도착할 수 있는 길을 그들은 40년을 광야에서 지내야 했다. 어쩌면 그것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는지 모른다. 광야는 고난과 시련의 상징이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서는 결코 극복하지 못할 시험과 시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불신과 원망, 불평으로 시험과 시련의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였으나 모세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결국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였다. 광야의 시기 모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아 공동체에 일체감과 집단규범을 만들었고, 이드로의 조언으로 새로운 사법 행정제도를 조직하였다.    

  변화의 두번 째 단계인 중립지대에 들어서면 구성원들은 불확실성과 갈등에 직면하게 되고, 때로는 리더들의 파워게임에 극심한 혼란을 겪기도 한다. 과연 그들이 선택한 이 길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으로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나 몇몇은 남들보다 앞서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광야의 시간은 무척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기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고통스런 시간이며 동시에 더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광야에서의 40년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년 동안에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알려하심이라.” 

  변화(change)는 구성원들 마인드셋의 변화(transition)에서 시작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선택한 변화의 여정에서 진정한 변화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이 아닌 광야에서 시작되고 이루어졌다. 출애굽의 표기 엑소더스(Exodus)의 의미는 단지 공간적인 탈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익숙한 과거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양식과 가치관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 날 조직에서 40년의 중립지대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를 추진하다보면 적게는 6개월 혹은 수년간의 중립지대가 필요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 진정한 변화는 4P(Purpose, Picture, Plan, Part)를 통해 구체화되고 실천됨으로써 구성원들을 변화의 올바른 트랙에서 벗어 나지 않게 하여야 한다. 광야에서의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의 변화 여정의 목적, 비전, 계획, 역할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실천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모세는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었는지 살펴보자. 

Purpose(목적): 왜 우리는 이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구성원들과 공유한다. 모세는 가나안 땅으로 가는 것이 단지 핍박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지 않음을 역설하였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자손으로서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과 명예로운 선민의식의 전통을 자랑스런 정신적 유산으로 재해석하고 설득함으로써 가나안 땅에서의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었다. 모세는 변화를 강요하지 않았고 군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독할 정도의 겸손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여지를 남기지 않을 정도의 주도면밀함을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그를 주시하게 되었고, 그의 추종자가 되었고, 점차 진지하게 변화를 받아 들였다.   

Picture(비전):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의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모세는 시련과 고통의 시기에서 “변했으니 할 수 없다, 받아들이자”는 수동적 사고방식을 철저히 거부했다. 변화를 강요하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를 원하도록 생생한 비전을 제시하였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대한 성경의 묘사는 너무나 선명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래의 생활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니 그 곳은 골짜기든지 산이든지 시내와 분천과 샘이 흐르고, 밀과 보리의 소산지며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들의 나무와 꿀의 소산지라, 너의 먹는 식물의 결핍함이 없고 네게 아무 부족함이 없는 땅이며, 그 땅의 돌은 철이요, 산에서는 동을 캘 것이라.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옥토를 네게 주셨음으로 인하여 그를 찬송하리라”

Plan(계획):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할 단계별 목표와 행동을 구체화한다. 광야의 시기에 모세가 보여준 계획은 매우 주도면밀하다. 그의 장인인 이드로의 제안을 받아 들여 사법과 행정제도의 기초를 마련하고 스스로 미래를 위한 더 많은 시간을 갖도록 한 것은 변화리더의 시간관리 중요성과 변화추진팀의 역할을 중시했음을 엿볼 수 있다. 광야의 시기에 만들어진 십계명은 시련과 고난의 시기에 공동체 해체를 막기 위한 상징적 방어벽이 되었을 뿐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단규범의 역할을 하였다. 이 외에 모세는 일상생활의 과제를 정한 많은 양의 해야할 일 목록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세부적으로 규정되는 실천적 과제가 없으면 처리되지 않는 사소한 문제들이 혼란을 가져오고 결국 과감한 비전도 초기 단계에서 좌초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제사 때 동물을 잡는 방법이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처리하는 온갖 규칙까지 다루고 있다.

Part(역할): 변화의 성공을 위해 리더그룹에 구체적 역할을 부여한다. 모세는 위임하되 함께 실천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코치가 되어 함께 움직이며 지속적으로 중단기 과제를 제시하고,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일상의 규율을 통해 작지만 강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였다. 공동체에 대한 확신, 가나안 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모세 스스로 웅변가가 될 필요는 없었다. 설득력 뿐 아니라 말솜씨에도 자신이 없다고 신에게 고백함으로써 모세의 형 아론으로 하여금 변화 메신저의 역할을 맡도록 하였으며, 일반 백성과 최고의사결정자인 자신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이드로를 제사장으로 임명하고 그를 통하여 백성들과의 소통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이드로의 제안에 따라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임명함으로써 백성에 대한 관리체계를 새롭게 수립하기도 하였다.    

3단계: 새로운 시작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의 대부분은 하나님을 불신하고 배역한 죄로 인하여 광야에서 죽음을 맞이 하였고 광야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들이 가나안에 들어갈 특권을 얻었다. 이는 마치 옛사람은 하나님의 유업을 얻지 못하고 새 사람만이 그것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 새로운 세대를 가나안 땅에 들어가도록 인도한 사람은 여호수아다. 모세는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하였다. 그의 역할은 광야에서 끝난 것이다. 성경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약속의 땅은 새로운 리더가 아닌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모세의 리더십은 중립지대에서 빛을 발하지만 약속의 땅에선 적합하지 않았다. 중립지대에서의 불확실성,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감성적 유대를 강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했지만 약속의 땅에선 새로운 질서와 행동양식을 만들어 내고, 변화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라톤효과

  과거와의 결별, 중립지대, 새로운 시작의 3단계로 이루어지는 변화관리 프로세스를 시간과 사람이라는 변수를 대입하여 놓고 보면 조직 계층에 따라 변화에 적응하는 태도나 속도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위 계층일수록 변화 프로세스에 더 빨리 뛰어든다. 변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변화의 의도나 목적지, 관련된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명이 참가하는 마라톤대회에서 출발 총소리와 함께 모든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선을 넘지는 않는다. 선수 무리 뒤편에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은 출발신호 후 한참 있다 출발선을 넘게된다. 이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변화를 시도하는 조직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과거와의 결별, 중립지대, 새로운 시작의 변화 프로세스를 거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한다. 변화의 여정은 마라톤 경기처럼 우승자를 가리는 경기가 아니다. 따라서 선두에 있는 엘리트 선수들은 뒤쳐진 선수들을 돌아보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격려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여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선을 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선수들이 피니스라인에 동시에 도착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선두그룹 선수들이 채택한 뛰는 방식, 도구 등을 후미그룹 선수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일반화된 접근이 아닌 대상의 특성에 따른 개별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도 달라야 하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내용도 달라야 한다. 변화는 사람에 관한 것이고 결국 개인의 여정이다. 모든 구성원이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뛰고 있는 한 그들을 뒤쳐지지 않게 하고, 더 빨리 뛰게 할 수 있는 것은 리더들의 헌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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