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사고는 본질적으로 셀프 스터디가 아닌 협력 프로세스이며, 시행착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실천중시의 철학을 갖고, 미지의 세계에 기꺼이 뛰어 들어가 무질서속에 질서를 찾는 작업이다. 또한 직관을 위해 반복된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며, 대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디자인 사고는 재즈와 매우 흡사하다.

사회적 프로세스이다

디자인 사고의 대상은 언제나 인간이다. 따라서 최선의 아이디어와 궁극적인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중심적이어야 한다. 디자인 사고는 관찰하고, 소통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과정이 요구되는 사회적 프로세스인 것이다. 재즈 또한 마찬가지이다. 위대한 솔로 연주로 잘 알려진 재즈연주가 많이 존재함에도 재즈는 본질적으로 음악적 합의를 통해 성취를 이루어 내는 사회적 집단의 성격이 강하다. 혁신이 셀프스터디가 아니라 협력작업의 결과물이듯이 성공적인 재즈를 특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에 연주자간에 이루어지는 음악적 대화, 즉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 사고는 늘 협력과 소통을 요구하는 소셜 프로세스이다.

실천을 중시한다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아노를 치게 하는 것이다. 디자인 사고는 책상위에서 또는 교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조각가는 축소모형을 만들고, 화가는 스케치를 하며, 시인은 시적 모티브를 이용하여 습작을 반복한다. 재즈도 마찬가지로 연주전에 리허설이 선행된다. 연구에 따르면 디자인 사고를 활용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 중의 하나는 실수를 두려워하여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패턴의 연주를 만드려는 재즈연주자에게 실수는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들은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수는 성공에 이르기 위한 디딤돌일 뿐이다.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찾는다

디자인 사고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탐색을 통하여 통찰력을 얻고 프로토타입을 만들며 피드백을 얻는 등 구조화된 프로세스를 갖지만 그것은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규율화된 프로세스를 갖추려는 노력의 자연스런 결과물일 뿐이다. 디자인 사고는 본질적으로 질서를 벗어나 혼돈의 세계에 자신을 던지고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재즈의 즉흥연주 또한 복잡한 시스템이다.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지만 절제되어 있고,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지만 규칙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려 애쓴다. 피드백은 비선형적이다. 즉흥연주를 통해 연주자간에 주고 받는 음악적 자극은 그들 스스로 예기치 않은 음악적 반응을 만들어 내고 이러한 연주 행태는 증폭되어 수준 높은 연주를 가능하게 한다. 재즈에서 혼돈과 무질서는 연주자의 창조적 잠재력을 끄집어 내기 위해 회피할 대상이 아니라 즐기는 대상이 된다.

훈련된 상상력이 핵심이다

논리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로 무장된 경영학은 작은 시그널이 제시하는 가능성에 대하여 늘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세상은 변했다. 그 어느 때보다 ‘스마트한 대중’과 공감하고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과학적 사고가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상상력이다. 피터드러커가 혁신을 ‘번뜩이는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라 지루하고 고된 작업’으로 규정하듯이, 재즈의 즉흥연주가 음악가들이 쏟는 땀과 열정, 투입되는 무수한 시간과 노력을 동반하는 ‘농익은 시간의 축적’이 필요한 힘겨운 창조의 산물이듯이 디자인 사고는 쉽게 인식할 수 없는 트렌드들을 읽고, 시장의 작은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인식하는 직관이 요구되며 이러한 직관은  훈련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높은 수준의 공감능력을 요구한다

문명 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에서 인간을 ‘공감하는 존재’(homo empathicus)로 파악했다. 인간은 다른 인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공감하는 본성을 갖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디자인 사고는 인간의 공감본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도구이자 방법론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와 프랙티셔너들이 말하는 디자인 사고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첫 번째 단계는 ‘공감’이다. 공감 과정은 대상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하여 ‘팩트’ 그 자체가 아닌 팩트가 갖는 의미 또는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을 말한다. 재즈에서 솔로연주자의 즉흥연주는 독창적이어야 하지만 전체적인 곡의 흐름에서 모든 악기가 공통으로 협력해야 하는 긴장과 이완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해석하며, 손짓, 표정 등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까지 놓치지 않으려 집중을 기울인다. 재즈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공감적경청empathic listening’을 요구하는 분야는 없을 것이다. 공감경청은 디자인 사고, 재즈, 그리고 혁신 프로세스를 선도하는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