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목표 중 자전거 국토종주가 있어 시간 날 때마다 주행 길이를 조금씩 늘리며 기변이나 업그레이드에 대한 정보도 얻고 있는 중이다. 로드바이크로 633키로를 달리기에는 무리일 듯 하여 MTB 하드테일이나 그래블바이크를 알아보기 위해 얼마전 A브랜드 바이크샵을 방문하였다. 이미 상담중인 손님이 있어 일단 천천히 둘러보라는 말에 그동안 눈 여겨 두었던 MTB하드테일 모델을 살피고 있었다. 잠시 후 매장 직원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관심을 보인 모델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해주며 다른 가격대의 하드테일 모델도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나에게 맞는 바이크 추천을 위해 나는 그가 알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몇가지 정보를 주었다. 현재 로드바이크를 타고 있고 30킬로 정도의 라이딩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하며, 국토종주를 계획하고 있지만 가벼운 산악주행이나 임도 라이딩을 고려하여 MTB 하드테일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등등. 평소 MTB를 즐기는 매장 직원은 하드테일 모델을 적극 추천하며 여러 가격대 모델의 이런 저런 특징과 기능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공손하고 친절한 말투, 바이크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 직원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하라고 하면 만점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B브랜드의 그래블바이크를 사기로 결정하였다.
가벼운 산악주행과 임도 라이딩, 여유 있는 국토종주 라이딩을 생각할 때 MTB 하드테일 구매에 대한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이런 나의 판단을 지지하며 MTB 하드테일 모델을 적극 추천한 매장직원의 판단 또한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의 선택을 바꾸었을까. 새로 찾아간 B사 매장직원의 상담하는 방식은 A사와 달랐다. 내가 관심있어 하는 바이크의 특징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바이크 타는 환경, 그동안에 느꼈던 불편 등에 초점을 맞추어 상담을 진행하다가 이후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B브랜드 매장직원은 내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니즈를 알려 노력하였고 이런 방식이 나의 결정을 바꾸게 한 것은 분명하다. 사실 평소 내가 라이딩을 하는 곳은 양재천, 탄천, 한강이 대부분이다. 국토종주와 임도 라이딩은 따지고 보면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MTB와 로드바이크 중간 정도의 특성을 갖고 있는 그래블바이크는 나의 평소 라이딩 환경과 국토종주, 임도라이딩이라는 특별한 니즈를 모두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택이다. 여기에 더해 매장 직원은 피팅에 대한 여러 조언과 함께 장거리 솔로 라이딩을 고려한 몇가지 저렴한 비용의 부품교체도 추천하였다. 나는 만족하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브랜드를 재구매할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고객을 감동시킬 친절함을 무기로 고객이 관심있는 제품을 팔려 노력하기 보다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고 흥미를 갖고 있는 것, 즉 고객관점에서 먼저 생각하고, 고객의 욕구(wants)가 아닌 필요(needs)에 초점을 맞추며,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선 솔루션 제공에 관심을 갖고, 판매 시점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생애가치 전반에서 지속적인 만족을 줌으로써 지속적 구매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A사 매장직원이 보여준 태도는 고객친화적, 고객만족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제품중심의 사고를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B사 직원이 보여준 태도는 고객중심(customer-centric)이라 할 수 있다.
고객친화적(customer friendly), 고객우선(customer first), 고객만족경영이란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진정한 고객중심(customer-centric)기업은 많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고객중시(Customer-focused)와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중시와 고객중심이 같은 의미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으나 고객중심(customer-centric)의 대립되는 개념인 Customer-focused를 여기서는 고객중시로 분리하여 설명함. 고객중시(customer-focused)는 고객친화, 고객우선, 고객만족을 강조하나 아직도 제품중심의 사고에 머무는 것을 지칭함- 고객중심(Customer-centric)의 차이를 보다 분명히 하려는 연구가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5년간 구글 트렌드로 분석한 두 용어의 사용빈도를 보면 고객중심(customer-centric)이 고객중시(customer-focused)보다 월등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고객중시(customer-focused)는 “고객에 더 가까이” “고객이 우선이다”라는 신념에 근거하여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시도가 전제되어 있다. 고객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고객중심(customer-centric)은 고객에게 뭔가를 주기 위하여 먼저 고객으로부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요시 한다. 따라서 고객이 말하는 것을 포함하여 고객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이로부터 얻게 되는 고객에 대한 통찰력, 고객경험을 마케팅 활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1997년 스티브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참석자와의 대담에서 한 말은 고객중심 사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고객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난 다음 기술로 돌아가야 합니다. 기술로부터 시작하여 제품을 만들고 이것을 어디에 팔아야 할 지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이것을 깨닫기 위해 나는 여기 있는 어느 누구보다 많은 실수를 하였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애플스토어에서는 직원들이 제품을 제안하기 전에 고객의 요구사항이나 습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애플의 고객응대 방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고객만족 고객감동이 아니라 그들의 고객중심사고이다.

고객중심사고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보다 기업에 더 많은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특정 고객 집단에 집중한다. 선택과잉의 시대에 소비자가 수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될 수록 기업은 자사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고객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와튼스쿨의 피터 페이더Peter Fader교수는 그의 저서 <고객중심Customer Centricity>에서 “고객중심이란 이익을 최적화하기 위해 고객생애가치 관점에서 가장 가치 있고 흥미로운 고객 세그먼트에 조직의 노력을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하며, 기업의 “전략적 경쟁우위를 위한 올바른 고객(right customer for strategic advantage)”의 선택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고객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은 마케팅 패러다임이 제품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많은 학자와 실천가들에 의해 이미 제시된 바 있다. 피터드러커는 <가장 중요한 다섯가지 질문>에서 조직의 결과를 정의하고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그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먼저 얻기를 요구하며, 조직이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집중할 대상으로써 핵심고객(primary customer)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필립코틀러 역시 “우리의 임무는 어쩌다가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게 아니라 우리의 대상 고객을 깊이 만족시키는 것이다”라며 고객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집중할 고객이 없다면 이미 고객중심 조직이 아니다.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 Time Value) 개념 또한 모든 고객을 똑 같은 고객으로 보고 동일하게 대우하려는 수평적 마케팅이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이론의 산물이다. 고객생애가치란 고객으로부터 얻는 모든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나는 대체로 아이폰이나 노트북을 2-3년 마다 신제품으로 교환한다. 고객생애가치 전반에 지속적인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애플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애플 생태계 안에 락인시켜 놓기 때문이다. 고객중심기업이 생각하는 사업의 기초는 평생고객이다.

이토록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고객중심 아이디어가 오랜 시간 꾸준히 연구 대상이 되고, 실천 노력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진정한 고객중심조직을 찾아보기 힘든 것인가? 분명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부분 조직의 경영패러다임이 내부지향적이라는 것이다. 고객중심은 모든 이슈를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Outside-in Perspective를 요구한다. 쉬운 예로 회의에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보자. 고객, 고객경험, 니즈, 욕구(wants), 경쟁, 기술, 트렌드 이런 것들보다 매출, 목표, KPI, 성과, 효율성, 계획 등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대부분 일하는 방식이 외부로부터 주어진 가능성과 기회가 아닌 내부의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혁신에 성공한 미국의 저명한 어느 제약회사는 매월 두 번의 전략회의를 갖는다. 매월 두 번째 주 월요일 회의는 계획대비 실적을 검토하거나 당면한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서 해결책을 고민하는 회의이다. 반면 매월 네 번째 주 월요일 회의는 전적으로 잠재적인 기회로 인식될 수 있는 시장의 작은 변화나 예상하지 못한 고객으로부터의 피드백, 인구통계의 변화, 기술의 변화 등이 회의 주제이다. 이 회사의 대표는 성공적인 혁신은 바로 ‘네 번째 주 월요일 회의’에서부터 가능했다고 회고한다. 우리의 시선이 내부로 지향하는 한 고객중심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절대 멈춰 있지 않고 점점 다양화되고 진화되고 있는 고객을 이해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 없다면 고객중심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누가 뭐래도 고객중심경영의 출발점은 고객통찰력이다.

진정한 고객중심조직이 되기 힘든 또 하나의 분명한 이유는 고객중심사고가 조직 전반에 적용되고 실천될 수 있는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너무나 중요해서 마케팅부서에 맡길 수 없다는 말처럼 고객중심은 어느 특정 부서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고객중심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내 많은 것을 바꿀 용기와 역량이 요구된다. 조직문화, 인적자원, 프로세스, 조직구조, 전략, 리더십 등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고객가치를 추적하여 이익의 원천을 발굴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리더십이 요구되며, 고객에 대한 책임의식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조직문화가 필요하고, 고객가치에 기반한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재량권이 필요하며, 고객중심 경영방침에 따라 일하는 직원에게 합당한 인정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치창출이 적은 내부지향적 프로세스를 과감히 제거할 수 있어야 하며, 경쟁사 고객 외부환경변화에 대한 지식 정보 통찰력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매커니즘이 필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나 신시장에 대한 탐색 활동이 조직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권장되는 제도가 요구되는 등등 무수히 많은 할 일이 존재한다. 피터드러커가 말한 바와 같이 기업의 목적은 단 하나 “고객 창출”이다. 고객은 기업의 토대이며 기업을 존속시키는 요인이다. 기업의 목적인 고객 창출을 달성하기 위해 고객과 경영을 정렬시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고객중심경영은 결국 드러커가 말한 기업의 목적인 고객 창출을 실천하기 위한 도구이자 전략이다.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