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시 고객중시 기반의 경영혁신을 이루려는 어느 중국기업의 부름을 받아 지난 2년반 동안 컨설턴트로서 그리고 변화혁신담당 임원으로 일한 바 있다. 연매출 4조, 종업원 2만명 정도의 제조기업인 이 회사가 직면한 도전 중 하나는 전 부문에 걸쳐 팽배해 있는 공급자중심의 경영패러다임을 고객중심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에 적극 나선 사람은 CEO였다. “고객은 우리 사업의 근간이다. 오늘 누군가 이 믿음을 깨뜨린다면 나는 내일 그 사람의 밥그릇을 깨뜨릴것이다.”라던 CEO는 실제 몇몇 간부들의 밥그릇을 깨뜨릴 정도로 변화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가치창출이 적거나 없는 프로세스를 과감히 제거하고 고객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본사 모든 부서의 프로세스를 대상으로 PI(Process Innovation)를 실시하였으며, 수백명의 본사 직원을 감축하거나 재배치하는 등 고객중심의 조직구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되었다. 변화혁신담당부서는 변화의지가 높고 업무역량을 갖춘 젊은 간부 중심의 23명을 변화관리팀으로 만들어 Quick-Win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해결함으로써 성과에 기여함과 동시에 변화동력을 잃지 않게 하고, 다양한 학습활동을 통하여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하였다. 변화관리팀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팀원 모두는 고객가치 기반의 전략과제 수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의하였다.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서 우리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변화관리팀 모두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 질문에 확실히 매료되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논의를 담아 낼 프레임웍으로서 <피터드러커의 가장 중요한 다섯가지 질문>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다섯가지 질문은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결과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이다. 사명은 프로젝트 초기 비전하우스 수립 프로젝트를 통하여 분명하게 제시되었고, 고객에 대한 정의는 B2B 사업특성상 중국 전지역의 300여개 대리상 및 10만여개의 소매상이 일차고객이라는 내부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었으며 영업부서에서는 한정된 조직의 자원을 집중할 핵심고객을 선정하기 위하여 수익잠재력 뿐 아니라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음을 판단할 수 있는 대리상의 사업가치관과 역량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핵심고객 선정기준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출발은 자연스럽게 세 번째 질문인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가 되었다. 현장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는 변화관리팀은 3-4명씩 팀으로 나뉘어 대리상과 소매상, 소비자들을 찾아 나섰다. 설문조사, FGI, 개별인터뷰, 관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고객가치, 즉 고객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규명하려 하였고, 회사 임원 및 간부, 외부컨설턴트가 참여하는 대규모 워크샵에서 경쟁사와 비교하여 전략과제를 도출할 수 있도록 수집된 정보와 데이터를 심층적,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패턴과 기회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 그리고 자사 및 경쟁사가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 속성을 취합하여 분석하는 템플릿으로서 우리는 위의 모형을 활용하였다. G영역은 고객이 요구하지만 자사 및 경쟁사 모두가 제공하지 않는 고객가치이고, C영역은 고객이 요구하고 경쟁사는 제공하지만 자사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고객가치를 말한다. 파악된 제품 및 서비스속성은 중요도에 따라 혹은 전개정도에 따라 원내에서 배치 위치를 다르게 하였다. 예를 들어 중요도가 높은 항목은 붉은 색으로 표시하게 하였고, 자사차별점(A)이 점차 차별성을 잃는 경우 A내에 있지만 B,D,E 경계선에 가깝도록 배치하였다.   

  워크샵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PEST 외부환경분석은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돋보였고, 기술정보 및 트렌드 발표는 구하기 쉽지 않은 경쟁사 정보까지 포함되었다. 소매상, 대리상, 소비자에 대한 고객가치분석은 심층적이고 체계적 접근이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소비자분석을 맡은 팀은 블루오션 책에 나와 있는 고객효용지도 템플릿을 활용하여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을 어떻게 탐색하고, 구매하고, 사용하고, 보완, 유지보수하고 폐기하는지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여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각 팀에는 전략과제 도출을 위한 워크시트가 배포되었고 팀원들은 도출한 전략과제를 전략적중요도와 실행가능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한 후 팀토론을 거쳐 선정된 과제를 발표하였다. CEO와 외부 컨설턴트의 평가 세션을 거친 후 팀원들은 최종 선정된 과제의 실행팀을 구성하고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이틀 동안의 워크샵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워크샵 종료 후 몇몇 변화혁신팀 리더들은 선정된 과제의 리뷰세션을 갖고 최종선정된 과제들이 자원투입이 정당화될 만큼 명확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지, 문제해결형 과제 외에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과제들이 적절히 포함되어 있는지,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폐기할 것이 있는지, 계획은 기술이기 보다 책임이라 강조한 드러커의 말처럼 리더의 책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하여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드러커의 다섯가지 질문 워크샵 가이드북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정한 품질은 고객에게 적합한 품질이어야 하는 것처럼 제공하는 가치는 늘 고객이 어떻게 인지하느냐가 중요하다. 고객가치는 역동적이라서 늘 변하기 마련이다. 고객은 늘 한 발짝 앞서 있다. 따라서 그들이 실제 무엇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객에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와 그들이 받아들이는 가치를 분석하고,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서 우리가 미처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unmet needs)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시도를 하였다. 우리가 깨달은 것은 고객중시는 고객의 입장에 서서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을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말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부서의 리더들은 자신 또는 부서의 이해관계를 떠나 의사결정의 기준을 고객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워크샵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